6.4지방선거가 몇 일 남지 않았다. 선거는 대의정치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 행사의 핵심이 되고 있으나 IMF시대를 반영하듯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관심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21세기를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갈 지역의 대표자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제 얼마 남지 않는 기간 동안에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 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모든 사람들은 매일 투표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경제학의 기본문제는 선택의 문제인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품과 서비스 중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에게 투표하는 것과 같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 표를 많이 얻은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그 명성을 유지하면서 오래 지속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 역시 유권자들이 표출하는 공공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유권자의 선택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와 같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이며 분산적인 반면에 지역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며 집중적이다. 즉, 국민들이 올바른 대통령을 선출하여 그 대통령이 국부를 증대시켰을 경우 국부의 일부만이 해당 지역에 돌아가겠지만 지역주민이 올바른 자치단체장을 선출하여 그 자치단체장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을 경우 그 혜택은 전적으로 그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첫째는, 각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꼼꼼히 읽어서 비교해 보고 다음과 같은 공약을 제시하는 자를 선출하자. 수많은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재원의 조달에 대해 언급되어야 하고,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실행 가능한 공약이어야 하며,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지방정부가 되기보다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립된 공약이어야 한다. 둘째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지도자형을 선출하자. 21세기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이므로 다양성을 존중하되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 경영 마인드와 정보화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지식산업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한 지도자를 선출하자. 셋째는, 각 후보들의 지나온 과거를 살펴보고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아온 자, 정직한 자를 선출하자. 유권자들은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는 13대 대통령선거에서 이것을 경험하였고 그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감수하였다. 이제는 지연·학연·혈연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던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 각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의 과거행태를 최대한 기억하여 선출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