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국내선 요금인상을 필두로 국내선 항공요금이 평균 12% 정도 인상되었다. 항공기에 대한 대체교통수단이 극히 제한적인 제주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항공료 인상저지 투쟁을 벌여 오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 항공요금 인상은 유가인상 등 원가상승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경제논리로 볼 때 몇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비용이 인상되면 요금도 인상되어야 하지만 유가상승으로 인한 비용인상분을 다른 부분의 비용절감을 통해 일부 흡수하여 분담하려는 노력은 병행하지 않고 이를 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시켰다는 점이다. 둘째, 유가가 인상되어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를 즉시 항공요금 인상에 반영하면서도 유가가 인하되어 원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항공요금을 인하하여 그 과실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들이 독점하는 비대칭적인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우리 나라와 같이 두 회사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의 경우 두 회사가 서로의 가격정책을 탐색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격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경제논리인데 항상 그래 왔듯이 이번에도 양 항공사의 요금인상은 경제논리보다는 담합에 의한 인상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항공요금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격변화에 매우 민감하므로 어느 한 회사가 요금을 인상하면 경쟁하는 다른 회사는 오히려 요금을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총수입이 증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제논리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면 이러한 기습적인 항공요금 인상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단기적으로는 시장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는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제완화의 추세에 맞추어 우리 나라도 1999년부터 종래의 항공요금 신고제를 폐지하고 항공회사가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하여 20일 이상 예고한 후 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공복리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건설교통부장관은 항공요금의 변경을 명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행정당국은 항공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항공운송사업의 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와 같이 과점시장인 경우에 항공요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업체간 담합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시장진입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 잠재적 경쟁자들을 유인함으로써 과점시장을 깨고 경쟁을 촉진시키면 항공운송사업자에게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써 낮은 가격과 질 좋은 서비스를 가져다 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통하여 이러한 논리의 실증을 찾아 볼 수 있는데 미국 의회는 1978년 항공운송사업에 대한 진출입, 항공노선 및 항공요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항공규제완화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항공요금은 이후 10년 동안 약 20%가 인하되었으며 항공운송사업자와 소비자를 합한 사회 전체의 이득도 연 60억 달러에 달하였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