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우리 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함으로써 당초 계획되었던 2004년 5월보다 3년 정도 앞당겨 IMF를 졸업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1997년 12월 3일 외환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대기업들이 사라지고, 실업자수가 한 때 180만명 수준까지 올라가고, 정부가 보증하고 있다고 큰소리치던 은행들이 퇴출되는 등 우리는 지난 3년동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견디어 내야 했다. 반면에 과거 여러 차례 계획되었지만 기득권층의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던 구조조정을 비록 IMF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긍정적인 경험도 하였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부실제거와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 하에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부문에 걸친 광범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하였고 2001년말에 마무리할 계획으로 있다. 기업부문의 경우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업종전문화 가속, 경영책임 강화 등 5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금융부문의 경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회복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노동부문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실업 문제를 완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공공부문은 행정조직의 간소화 및 공기업 민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당초 계획한 구조조정의 완결시점을 얼마 남겨 놓고 있지 않은 이 시점에서 4대 구조조정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평가를 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기업부문의 경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법과 제도들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부문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135조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공적자금의 회수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자금전용, 퇴직금 과다지급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한편, 노동부문의 경우 사회안전망 확충에 따른 복지제도의 확대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있으며, 공공부문은 정부조직 개편의 원칙인 조직 간소화 및 기능 효율화 등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못하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추진해 온 4대 구조조정의 결과 거시경제지표들은 IMF체제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98년 경기회복과 함께 구조조정의 속도와 강도가 저하되었고 최근 다시 경제가 어려워지자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조조정이 더욱 지연될 소지가 있어 당초 목표한 바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미완의 구조조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 종류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미완의 구조조정을 남은 기간동안 잘 마무리하여 빠른 시일 내에 재도약을 하는 V자형 미래이며 둘째는 구조조정을 완료하지 못하고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재도약을 하는 U자형 미래이며 셋째는 현재까지의 성과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여 재도약을 하지 못하는 L자형 미래이다. 어떠한 미래를 우리가 맞이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어떠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