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IMF체제라고 하는 참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실물경제는 건국이래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고 금융부문도 은행·종합금융·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퇴출로 심각한 금융불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기업, 금융기관, 정부 등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인가?
첫째는, 시장경제 원칙이다. 구조조정은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시장실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차선책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개입으로 인한 정부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 권리 및 재산권의 침해, 여론몰이, 일관성 및 경제철학 부재 등에 유의하여야 한다. 정부는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발표되는 정책들은 통제경제와 지시경제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재벌 총수들의 재산 헌납이나 인위적인 재벌간 빅딜 등은 시장경제 원칙이 무시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효율성 원칙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효율성의 달성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이나 한계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다. 실업자들 중에서 능력 있는 자들은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로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므로 그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최소한의 생계비는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평성의 원칙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어야 할 상황에서는 효율성과 공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64조원과 경기부양을 위해 7조 9천억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우리 경제는 구렁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용에서 구렁텅이 속의 지렁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효율성이 공평성보다 우선하는 원칙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는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고자 한다. 고용조정이 구조조정의 전부는 아니지만 구조조정의 일부임에는 틀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보장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라고 한다.
셋째는, 정책의 단기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하며 특정한 집단뿐만 아니라 모든 집단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정부는 실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그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들에 대한 과잉보호는 오히려 재취업의 의욕을 감퇴시켜 실업을 더욱 장기화시킬 것이다. 또한 지금 정부는 실업자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중산층에게 과도한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의 붕괴는 우리 경제의 회복과정을 더욱 더디게 할 것이다. 정책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만을 보지 말고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효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