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법인세폐지론이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정치권과 경제전문가 집단 사이에 뜨겁게 일고 있으며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 정책토론에서 경제분야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법인세란 법인으로 등록된 회사들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 나라의 법인세율은 연간 소득액이 1억원 이하인 법인의 경우는 15%, 연간 소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의 경우는 27%이다. 법인세가 없는 나라는 없으며 선진국들의 법인세율은 우리 나라보다 높은 편이고 우리 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개도국들의 경우 홍콩은 우리 나라보다 낮고 중국과 태국은 우리 나라보다 높으며 대만과 싱가포르는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법인세논쟁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법인세폐지론자들이나 법인세폐지 반대론자들 모두가 아전인수식의 주장만을 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와 이들과 관련된 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법인세폐지에 찬성을 하고 정부관료와 여당의 정치인들은 법인세폐지에 반대를 하였다. 법인세폐지론자들은 현행 법인세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법인세를 폐지하면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가능하여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법인세폐지 반대론자들은 우리 기업들의 과거 행태를 상기시키면서 기업들이 법인세폐지로 발생한 잉여금으로 설비투자보다는 부동산투기에 투하할 것이며 자영업자들이 법인으로 전환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근로자의 조세 부담이 가중되어 조세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는 정책의 단기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하며 특정한 집단뿐만 아니라 모든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양측 모두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는, 철저한 계산에 근거한 자료의 제시 없이 당위성만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법인세폐지론자들의 주장은 마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이론적 틀을 제시해 준 래퍼(Laffer)의 주장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세율을 인하해 주면 그로 인한 세수의 감소는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세수가 증가하여 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의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많은 경제학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고 이론대로 실현되지도 않았다. 법인세폐지 반대론자들 역시 법인세폐지로 인한 세수의 감소만을 계산하고 반대급부로 얻게 될 세수의 증가분을 계산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법인세폐지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법인세폐지론자들과 법인세폐지 반대론자들이 공동으로 모여 법인세폐지에 따른 득과 실을 계산하고 그 결과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측해 볼 때 법인세를 폐지하면 효율성은 증대되지만 공평성은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의 크기가 더 큰 지는 가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계산해 보아야 알 수 있다. 혹시 계산이 아주 힘들거나 계산 결과가 비슷할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의 기준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하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든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될 것이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