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뇌물수수와 관련된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정현준, 진승현, 윤태식, 이용호 게이트 등 소위 4대 게이트 외에도 현직 국회의원, 현직 도지사, 대통령의 집사, 현직 교육감의 뇌물수뢰가 잇달아 밝혀지고 있다. 정치, 교육, 언론, 국방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가 발견되었으며 심지어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부정부패를 찾아서 고발해야 하는 검찰까지 부정에 연루되는 등 총체적인 부패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뇌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뇌물의 형태도 금전, 상품권, 자유이용권에서부터 향응, 골프접대, 정치자금 및 성의 제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뇌물이란 일정한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매수하려고 넌지시 주는 옳지 않은 돈이나 물건을 지칭하며 인사로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주는 물건인 선물과는 다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선물과 뇌물이 분명히 구분되지만 실생활에서는 선물이 뇌물로 둔갑하기도 하여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뇌물과 선물을 구분하는 방법은, 주고받을 때 마음에 부담이 있으면 뇌물이고 부담이 없으면 선물이며, 사전에 건네주면 뇌물이고 사후에 주면 선물이며, 주고 난 후 잊어버리지 못하면 뇌물이고 잊어버릴 수 있으면 선물이며, 또한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뇌물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 일정금액이 5만원이며 미국의 경우 20달러 즉, 2만 5천원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는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웠던 때가 없었다. 문민정부 들어서 공직자들의 뇌물수수 회수는 줄어들었으나 오히려 뇌물수수 금액은 커졌으며,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뇌물수수 회수 및 금액이 모두 증가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국가별 공직자의 부패 정도를 조사해 발표한 2001년도 국가별 부패 인식 지수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조사대상 91개국 중 42위에 머물렀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순위를 차지하여 우리 나라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일간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관행화 되어 있다고 보는 의견이 90.3%였고, 정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무원의 84.7%가 공직사회에 부패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었다. 또한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의 90%가 우리 나라를 부패한 나라로 보고 상당수의 청소년이 부패의 대열에 끼어 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정부패의 경제적인 측면은 사회적 마찰비용의 증가라는 것이다. 임금, 이자, 지대 등 생산비용 외에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비용이 사회적 마찰비용인데 행정업무의 빠른 처리를 위해 주는 급행료, 공사도급이나 하청을 받고 그 대가로 지급하는 리베이트 등이 그러한 비용이다. 따라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면 사회적 마찰비용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생산비용을 줄이다 보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에서 나타났듯이 부실한 산출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부정을 해서 얻는 이득이 발각되었을 때 받을 처벌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도 부정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부패방지법과 돈세탁방지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부정의 기준이나 처벌이 선진국보다 관대한 편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정비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부정부패가 줄어들 것이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