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646 달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에 최초로 1만 달러를 넘어섰고 1996년에는 1만 2197 달러에 달했다. 이로 인해 그 당시 2001년에는 2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나 외환위기로 인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과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작년의 국민소득이 1996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그 동안의 7년은 우리가 얻은 것도 있지만 통계로만 보면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 버린 셈이다. 우리 제주도의 1인당 소득은 1995년 전국평균의 92.2%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2년에는 전국평균의 82.9%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제주도는 아직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여 201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제주도는 2011년까지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 5.9%를 달성하여 2011년에는 1인당 소득이 전국평균의 96.3%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 되었고, 46만 청년실업자, 380만 신용불량자, 국제유가 상승, 고철을 중심으로 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많은 어려움들이 혼재되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의 발목을 꼭 붙잡고 있다. 제주도도 지역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국제자유도시의 추진도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IMF 경제체제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어렵다고들 하니 2만 달러 달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
최근 전국의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이제는 경제에 전념하자고 정부에 촉구하는 서명을 한 적이 있었고 필자도 서명을 하였다. 얼마 후 다른 일로 정부 고위관료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 분으로부터 "도대체 서명한 학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 혹시 서명하신 분이 계시냐?" 라는 말씀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비대칭적이어서 경제가 잘 돌아 갈 때 보다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가 일관성 있고, 예측이 가능한 경제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서명을 했다"라고 서명한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시장이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필자가 40대 중반에 들어서고 보니 개인적으로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2만 달러 달성의 목표연도가 다가오고 있고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목표연도가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 중단 없는 노력, 일관성 있는 추진 및 지속적인 개혁만이 목표달성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위기 이후 성장세를 회복하여 꾸준히 성장하는 N자형과 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듯 하나 기초체력(fundamentals)을 회복하지 못하고 날개 없이 추락하는 M자형으로 분류된다. 지금 한국경제와 제주경제는 N자형으로 가느냐 아니면 M자형으로 가느냐의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순간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