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도둑 2명이 어느 집에 숨어들었다가 경찰관에게 잡혔다. 이들이 최근 자주 발생한 절도사건의 범인임에 틀림없어 보이지만 증거가 없어 경찰은 이들을 무단침입죄 이상으로 기소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경찰은 그들을 서로 다른 취조실로 데려간 후 자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이 드러나면 중형으로 기소하겠지만 범행을 자백하는 자에게는 정상을 참작하여 형을 감면해 주겠다고 제의하였다. 이 경우 두 사람이 의리를 지켜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무단침입죄로만 기소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자신만이 감형받기 위하여 자백하면 둘 다 감형은 받지만 무단침입죄에다 절도죄가 추가된다. 죄수는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의리를 지킬 것인가 자백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둘 다 의리를 지키지 못하고 자백하는데 그 이유는 상대방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자백하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 죄수의 딜레마가 의미하는 바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의사결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서로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 구조조정에 적용시켜 보면 기업들은 서로 구조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협력의 비용지불은 남에게 미루고 자기는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5대재벌간에 7개업종 17개 기업에 대해 빅딜이 추진되고 있으나 재벌들의 자발적인 의지는 매우 약해 보인다. 몇몇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상당히 부진하다. 지금 기업들의 구조조정 추진과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업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인 기업 구조조정을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가?
첫째는, 대증치료가 아닌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비용절감, 인력 및 조직축소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미래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구축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손가락을 자르지 못하여 손 전체를 잃기보다는 서너 손가락을 자르고 손 전체를 구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 생산의 제4요소로 기업가정신이 있는데 이는 기업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기존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는 혁신정신을 말한다. 기업가는 경영마인드 외에 정보·혁신·전략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과거 외형 위주의 성장에서 수익성·안정성·유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기존의 가부장적인 소유경영의식에서 합리적인 전문경영의식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셋째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상호지급보증, 상호출자, 내부거래를 지양하고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업회계기준 국제화, 경영 투명성을 지향하여 세계표준 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면서 21세기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