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경제체제의 발전을 주장한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 최근 우리 나라 지식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제3의 길'의 정치적 색조는 중도좌파인데 영국의 블레어, 프랑스의 죠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 중도좌파가 이미 집권을 함으로써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에 있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따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구분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자원배분이 결정되며 사회주의는 정부가 자원배분을 결정한다. 아담 스미스 이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근거해 온 자본주의는 마르크스를 선두로 한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도전을 받았다.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주장하면서 서구의 복지국가를 건설하였는데 이들을 사회민주주의자 또는 구좌파라고 부르며 기든스는 이를 제1의 길로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본주의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부를 더욱 공평하게 확산시키는 사회를 만드는데 실패하였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의 토대 아래 개인의 선택과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경쟁력과 부의 창출을 중요하게 간주하는 신자유주의자 또는 신우파가 등장하였는데 기든스는 이를 제2의 길로 보았다.
그러면 '제3의 길'은 무엇이며 이 길이 과연 우리 나라가 가야 할 길인가? 기든스는 '제3의 길'은 "이미 새로워진 세계에 사회민주주의를 적응시키고자 하는 사고와 정책의 틀인 동시에 구식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제3의 길'은 정치적으로는 좌우를 초월하는 실용노선으로 볼 수 있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낡은 사회주의를 초월하는 새로운 혼합경제로 볼 수 있다. '제3의 길'은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몇 가지 점에서 우리 나라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IMF체제 이후 우리 나라의 국부는 종전의 60% 수준으로 하락하였고 실업자도 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능한 한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것이지 줄어든 부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효율성보다는 공평성을 강조하는 '제3의 길'은 우리 경제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제3의 길'은 이상에 너무 치우쳐 있고 현실감이 부족하다. 즉, 부를 경제주체들에게 공정하게 나누어주는 방법은 가지고 있지만 그 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준비된 체제라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들이 아직 검증 받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경제에 도입될 경우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셋째, '제3의 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관료들이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관료주의와 전체주의의 경향을 띌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관료들의 부패가 심하고 정책에 의한 정당간의 대결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의 길'은 집단주의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제3의 길'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제3의 길'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형발전'으로 포장되어 추진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제3의 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 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하고 국민들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