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안자나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지켜야 할 원칙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가져오는 효율성 원칙, 부와 소득을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공평성 원칙, 그리고 발표된 정책을 그대로 수행하는 일관성 원칙이다. 경제정책이 실시됨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이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모든 경제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
지금 [국민연금제도]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연금제도란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보험료를 적립케 한 후 노후에 일정금액을 지급해 주는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이다. 연금제도는 소득재분배와 국내자본의 축적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운영함에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시각에서 우리 나라의 [국민연금제도]를 볼 것인가? 앞에서 설명한 경제정책의 원칙에 따라 평가해 보면 된다.
첫째, 효율성의 원칙으로 평가해 보자.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형성된 국민연금기금은 공공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수익률이 금융부문의 수익률보다 2% 내지 3% 포인트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투자됨으로 말미암아 88년부터 96년까지의 총 손실액이 6,989억원에 달하고 있다. 또한 관리운영방식으로 인한 비효율성도 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대상자는 근로자로서 거의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별도의 관리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총 지출액 중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의 3배에 이르고 있다.
둘째, 공평성의 원칙으로 평가해 보자.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면 [국민연금제도]는 공평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국민연금 구조는 매우 불공평하여 소득이 모두 노출되어 있는 봉급생활자가 신고소득이 분명하지 않은 농어촌 가입자에게 보조를 해 주게 되어 있다. 저소득층간의 소득재분배이다. 또한 기금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재세대에게 연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대간 문제를 고려해 보더라도 공평하지 못하다.
셋째, 일관성의 원칙으로 평가해 보자.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이 가지고 있어야만 정책의 효과가 증가한다. 원래 [국민복지연금법]은 73년 12월에 제정되었으나 석유파동으로 인해 시행되지 못했고 88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오는 4월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하였으나 지금 그 실시 시기를 두고 정치권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가 없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나 정치인들은 표를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적 처방 대신에 정치적 처방을 택한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인 국민들이 경제를 공부하여 모든 문제를 경제논리로 생각하는데 익숙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정치인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 안다면 그들은 의사결정에 매우 신중할 것이고 이는 곧 그들로 인한 정부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