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융의 역할
제주대 경제학과 姜起春
1.금융환경의 변화
1962년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지난 35여년간 한국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여 1996년 현재 세계11위의 경제규모를 시현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과정에서 불균형성장전략을 채택하여 온 결과 지역간 경제력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또한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금융당국의 보호 하에서 '온실성장'을 해 온 금융산업의 경우 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평가대상 45여개국 중 26위에서 32위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 중 금융분야는 37위에서 44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평가대상 8개 분야에서 국제화와 더불어 가장 낙후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과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개방화, 지방화, 정보화, 자율화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1986년 영국의 대처정권은 금융개혁을 단행하여 영국의 금융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는데 이로 인해 '빅뱅(Big Bang)'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미국도 '미국판 빅뱅'으로 금융개혁에 성공하였고 일본도 2001년까지 금융산업을 미국과 유럽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일본판 빅뱅'을 1996년 11월 선언한 바 있다. 한편, 그 동안 선진국의 개방압력에 밀려 금융부문의 규제완화와 개방화조치를 수동적으로 취해 왔으나 이러한 조치의 한계점을 인식한 정부는 1997년 1월 대통령자문기구로 금융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업종간 진입장벽해제와 규제완화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한국판 빅뱅'을 추진 중에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융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지역금융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급변하는 환경변화 하에서 21세기를 맞이할 지역금융의 발전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금융의 역할, 현황 및 과제를 먼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지역금융의 발전전략을 유추해 보고자 한다.
2.지역금융의 의의와 역할
지역금융이란 지역의 주민, 지역기업 및 지방공공단체 등의 금융수요에 대응하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지역금융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의 자금을 지역 내로 환원시키고 역외의 자금을 지역으로 유입해서 지역의 산업자금으로 유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면에서 볼 때 지역금융의 기본적인 역할은 지역주민의 각종 금융수요에 대응하여 소매금융을 하고 지역개발 프로젝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지역개발에 공헌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경제의 실물부문을 우리 인체에 비유한다면 금융부문은 혈관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혈액순환이 잘 되야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이 자금의 융통(금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실물부문도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금융과 경제성장(실물부문)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데 어느 부문이 먼저 발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마치 '닭과 달걀의 논쟁'과 같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즉, 경제발전을 위한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관계에 대해서는 공급선도(supply-leading)가설과 수요추종(demand-following)가설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수요추종가설이란 금융부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수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물부문이 발전해야 금융부문이 발전한다는 가설이다. 한편, 공급선도가설이란 실물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의 발전이 선행되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설이다. 이것은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관계가 서로 다르게 정립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일반적으로 개발초기에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논리를 지역경제와 관련시켜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지역경제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모두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지만 지방화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지역의 실물경제개발을 기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지역금융의 현황 및 과제
금융기관은 크게 통화금융기관인 은행과 비통화금융기관으로 나뉘어 진다. 지역의 금융기관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부실채권의 문제와 자금의 역외유출 등이 있다. 한편, 통화금융기관인 지방은행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영업구역의 제한, 경영기반의 취약,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점 등을 들 수 있고 지역의 비통화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영세성과 공신력의 실추 등을 들 수 있다.
(1)지역금융기관의 취약성
경제력의 서울집중으로 인해 금융의 서울집중을 야기하고 있다. (표 1)은 1996년 4월말 현재 지역금융기관의 여수신 현황을 나타내고 잇는데 예금은행의 경우 서울의 점포수는 36.5%에 불과하지만 전체예금의 49.3%와 전체대출금의 44.2%를 차지하고 있고 비통화금융기관의 경우 서울의 점포수는 20.1%에 불과하지만 전체예수금의 50.2%와 전체대출금의 56.5%를 차지하고 있어 금융의 서울편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의 서울 집중현상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야기시켜 상대적으로 지역금융기관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또한 낙후된 지역금융으로 지역경제의 낙후를 가져오는 등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표 1) 지역금융기관의 여수신 현황(1996.4월말) (단위:10억원, %,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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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행 |
비통화금융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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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
대출금 |
점포수 |
예수금 |
대출금 |
점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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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방
전국 |
74,702 (49.3) 76,753 (50.7) 151,455 |
70,281 (44.2) 88,598 (55.8) 158,879 |
2,363 (36.5) 4,113 (63.5) 6,476 |
215,890 (50.2) 213,904 (49.8) 429,794 |
148,639 (56.5) 114,453 (43.5) 263,092 |
7,068 (20.1) 28,097 (79.9) 35,165 |
( )안은 비중을 나타낸다
한편 (표 2)는 대표적 금융기관인 은행(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생산성지표(1995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1인당 순이익에서만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을 앞지르고 나머지 지표에서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의 주된 이유는 지방은행 영업구역의 제한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표 2)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생산성지표(1995년)(단위: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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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A) |
지방은행(B) |
B/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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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총자산 1인당 예수금 1인당 업무이익 1인당 총수익 1인당 순이익 1인당 인건비 점포당 순이익 점포당 예수금 |
3,285.0 2,500.0 40.8 218.5 7.5 39.9 225.0 75,143.0 |
2,099.0 1,571.0 31.7 177.5 9.6 38.5 222.0 36,465.0 |
63.7 62.8 77.7 81.2 128.0 96.5 98.7 48.5 |
자료:한국은행, [은행경영통계], 1996.4
그러면 제주지역의 경우는 어떠한가? 제주지역금융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으로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주요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미흡, 제주지역총생산(GRP)에 대한 금융저축을 나타내는 금융저축비중의 낮은 수준, 지역은행기능의 미흡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나라 지역금융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 때문에 제주지역에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열위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표 3)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경우 어음부도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만(15개 시도 중 11위) 인구 만명당 금융기관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1인당 저축액(15개 시도 중 6위)과 금융자산의 축적과 금융의 심화도를 나타내 주는 금융연관비율(15개 시도 중 5위)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금융저축의 증대와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어 앞으로 금융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제주지역금융의 앞길이 결코 어둡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표 3)지역금융관련 주요지표(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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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저축액 (백만원) |
어음부도율 (%) |
은행점포수 (인구만명당) |
비통화금융기관 점포수(인구만명당) |
금융연관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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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주 |
30.3 7.4 |
0.1 0.63 |
1.6 1.3 |
3.3 5.3 |
4.15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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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12.0 |
0.17 |
1.0 |
3.7 |
1.65 |
(2)자금의 역외유출
지역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활동을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의 금융활동을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이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규모에 있어서 산업적 경로를 통한 역외유출은 특성상 그 측정이 어려우나 금융적 경로를 통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측정이 용이하다. 역외유출을 측정하는 방법은 예금과 대출의 비율인 예대율을 살펴보거나 아니면 유출액을 직접 추정하여 총수신에 대한 비율로서 유출비율을 계산해 봄으로서 가능하다. (표 4)는 금융기관의 예대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에대율이 낮으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많고 예대율이 높으면 역외유출이 작다고 볼 수 있다. 표에서 볼 수 있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에 관한 특징적인 사실은 은행보다는 비통화금융기관을 통한 역외유출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그림 1)은 1996년 4월 현재 금융적 경로를 통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비중을 나타내고 있는데 제주지역의 역외유출비중은 34.2%로 전국평균인 29,5%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서울을 제외한 14개시도 중 4위를 차지하고 있어 역외유출의 문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표 4) 지역별 금융기관의 예대율(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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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
비통화금융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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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주 |
85.9 75.5 |
73.2 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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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 |
86.7 87.6 |
67.1 61.6 |
(그림 1)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비중 (그림 2)지역별 금융연관비율
(3)지역금융과 실물부문의 괴리
지역의 富에 대한 지역금융자산의 비중을 나타내는 금융연관비율로서 지역금융자산의 축적과 지역금융의 심화도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 2)는 1991년 현재 지역별 금융연관비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선진국의 연관비율이 6 내지는 7을 기록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체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금융이 발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지역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실물부문의 발전이 저해되는 등 악순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4.지역금융 발전전략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지역금융산업은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한데 앞으로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들이 많이 있다. 물론 선진금융기법을 가진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들어오게 되면 그 동안 '온실성장'을 해 온 국내 금융기관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금융기관의 구성원들이 제도나 경영면에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하면 오히려 개방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금융개혁위원회에서 준비한 금융개혁안이 부처간의 갈등으로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 빠른 시일내 합의점을 도출하고 일본의 금융개혁과 같은 점진적인 개혁보다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와 같이 급속한 개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역금융을 중심으로 금융환경변화에 대응하고 21세기를 대비하는 발전전략을 금융기관이 취해야 할 전략과 경제주체가 취해야 할 전략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금융기관별 전략
금융기관 중 지방은행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하기 위하여 합병을 하거나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달성하기 위하여 겸업화를 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란 은행규모의 확대가 비용감소를 통하여 은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말하고 범위의 경제란 여러 금융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겸업화가 금융상품별로 나누어 취급하는 분업화보다 적은 비용이 들므로 더 효율적인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은행은 규모의 경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어 은행합병을 통한 은행업무의 확대가 은행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우려가 있지만 개방화시대에 업무영역을 국내로 한정하지 말고 전세계를 무대로 할 경우 규모의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고 지역경제를 고려할 때 은행합병 등은 지방은행보다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앞으로 금융개혁이 추진되면서 금융기관의 업종간 진입장벽이 무너지면 겸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겠지만 모든 지방은행이 겸업화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능력이 있는 지방은행은 겸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전국형 지방은행으로 변신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겠지만 능력이 미약한 지방은행은 오히려 지역밀착형 은행으로의 특화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비통화금융기관으로서 지역의 서민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형 금융기관들은 업무범위의 확대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수신업무보다는 여신업무에 디양화를 기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고 또한 자금의 역외유출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끝으로 급속한 경제 및 금융환경의 변화시대에서 지역금융기관이 경영발전과 지역경제발전이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취하여야 할 구체적인 전략을 나타내는 지역금융산업발전 개념도가 (그림 3)에 나타나 있다.
(2)경제주체별 전략
지역금융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융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지방은행의 업무영역에 대한 제한으로 지역의 금융기관이 취약하게 되고 따라서 지역의 경제기반도 취약하게 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시장경제가 문제점을 일으키는 시장실패에 대해서는 정부(중앙 및 지방)의 개입도 근거를 가지게 되므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극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역외유출의 많은 부문을 비통화금융기관에 대해 지방채의 인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약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지역금융기관의 경영자 역시 과거 정부의 보호 하에서 안주해 왔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영마인드, 정보마인드, 혁신마인드 및 전략마인드로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경영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금융기관과 경제주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금융의 발전전략 수립하고 추진하여 21세기를 준비하면 새로운 세기는 우리에게 '기회의 세기'가 될 수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을 찾는 데 있어 어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단지 그것을 찾고자 라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라는 블라인더(Blinder) 교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