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起春
1.위기의 제주, 그 생존전략은?
지금 이 지구촌은 새 천년을 목전에 두고 여러 가지 이벤트로 떠들썩하다. 2000년의 새해가 1999년의 마지막 날과 물리적으로야 다를 것이 별로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 새 천년을 '문명사적 대전환기'로 규정하며 무엇인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국가경영에 있어서도 지금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새 천년에 동아시아 경제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상해 포동지역을 21세기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무역, 금융,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1990년부터 추진하여 현재 큰 성과를 얻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1985년부터 라부안지역을 국제 투자자유지역으로 조성하고 정보기술과 관련된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Multimedia Super Corridor)를 건설하고 있으며, 일본은 오키나와를 교류 자유지역으로 개발하여 홍콩을 대신하고 동남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할 계획으로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있으며,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를 지능섬(Intelligent Island)으로 조성하여 무역, 금융, 물류, 미디어, 정보, 관광 등의 분야에서 다국적기업의 지역 총괄본부를 유치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면 제주도는 어떠한가?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면서 새 천년에 전개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40년에 가까운 제주개발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제주경제의 특징은 국내 경제성장에 의존하는 의존적 경제구조, 제주의 인구 및 도내총생산은 총인구와 국내총생산의 약 1% 내외를 차지하는 규모의 영세성, 농업과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의 양극화 현상과 이로 인한 불안정적인 성장 등이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제주경제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1997년 제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4조 4,663억원으로 전국대비 구성비는 1.0% 수준이고, 1인당 총생산은 8,560천원으로 전국평균 9,828천원의 87% 수준이다. 1990년대 제주도의 1인당 총생산은 전국평균의 82.1% 내지 89.5% 수준에서 변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제주도의 1인당 총생산이 아직도 전국평균과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더구나 농수축산물의 전면적인 개방, 남북한 관광교류의 확대, 해외여행 자유화 등으로 인해 제주경제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농업과 관광산업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새 천년에 이러한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제주도가 그 동안 누려왔던 비교우위 부문들이 우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제주경제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리고 제주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협요인을 극복하여 새 천년에 제주도가 생존할 수 있는 생존전략으로써 우리가 선택한 것이 국제자유도시이다. 1963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제주도를 특정자유지역 또는 자유항으로 만들 계획을 구상했었으나 시행되지 못하였다. 1991년 정부차원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제정하고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지만 IMF체제하에서 관광개발에 대한 민간투자가 부진하고 중앙정부 또한 무관심하여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발주되어 앞으로 1년 이내에 전체적인 그림(Master Plan)과 세부 실행계획(Action Plan)이 나오겠지만 이번에야말로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를 바라면서 이 글에서는 국제자유도시에 포함되어야 할 여러 기능 중에서 통상과 금융부문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2.통상부문:국제물류단지
일반적으로 국제자유도시는 조세감면, 규제완화 등 여러 종류의 경제적 유인책의 제공을 통해 광범위한 경제활동이 장려되며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기업활동이 보장되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제자유도시에는 수출자유지역, 무역중계지역, 국제투자자유지역 등과 같이 국제자유도시의 기능 중 일부를 수행하는 협의의 국제자유도시와 중계무역, 창고 및 보관, 국제금융활동, 국제비즈니스, 관광 및 쇼핑 등의 다양한 경제적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광의의 국제자유도시가 있다. 지금 제주도가 구상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는 관광, 비즈니스, 정보, 물류, 교역, 금융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되 환경보존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이다.
제주도는 지리·경제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북경, 상해, 동경, 오사카, 서울 등 아시아 5대 도시와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연결될 수 있으며 동북아 물류벨트(러시아-일본-대만-홍콩-중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들의 물류비용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국내적으로 물류시설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인접 국가들간의 물류시설의 공동이용과 공동투자와 같은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서 해운과 항공을 통해 동북아의 주요지역을 연결하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제주도는 국제물류 거점도시로서의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동북아 국가들의 물류비용의 약 60%가 운송비이고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해운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임을 고려하면 동북아의 주요 상품생산지로부터 해상공간적으로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제주도는 새로운 동북아 물류기지로서 부각될 수 있다.
제주도가 동북아 지역 국제물류의 거점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운송, 포장, 하역, 정보, 보관 및 유통가공에 필요한 하드웨어(hardware)인 물류기간시설의 확충과 건설이 필요하다. 먼저 동북아의 주요 경제지역과 직접 연결되는 국제항만과 국제공항을 건설하거나 확충해야 한다. 현재 제주도의 공항과 항만시설은 국내 타 지역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나 국제자유도시의 기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므로 다기능 첨단시설을 갖춘 항만과 공항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항만(Seaport) 및 공항(Airport)과 더불어 종합적인 정보기능을 갖는 정보항(Teleport)의 건설도 국제물류 거점화에 필수적이다. 제주도에 건설할 텔리포트는 인텔리전트 빌딩(Intelligent Building)과 같은 시설과 정보산업과 관련된 복합기능을 갖춘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러한 텔리포트의 건설은 궁극적으로 제주도를 정보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항만-공항-텔리포트로 구성된 국제물류단지를 건설하여 동북아의 물류센터로서의 기능을 가질 경우 항만, 공항 등 시설 확충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뿐만 아니라 운송, 포장, 하역, 보관 및 유통가공에 의한 부가가치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또한 현재 건설중인 국제컨벤션센터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각종 국제회의와 업종별 국제 산업박람회 등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3.금융부문:국제금융센터
국제자유도시가 수행하는 금융 기능의 중심은 국제금융센터이다. 일반적으로 국제금융센터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지점 또는 현지법인의 형태로 진출하여 거주성과 국적이 다른 경제주체들 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장·단기 금융거래가 지속적, 대량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말하며 외환시장, 단기금융시장, 자본시장 및 파생금융상품시장 등을 포괄한다.
(1)국제금융센터의 설립요건
국제금융센터가 설립되어 발전하면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특정지역에 국제금융센터가 육성되어 세계 또는 지역내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요건과 현재 우리 나라(또는 제주도)가 이러한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는 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자국통화의 국제화 정도인데 자국통화가 대외준비자산(Reserve Currency) 또는 시장개입통화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고 무역결제통화 또는 투자대상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의 경제력이 세계경제 또는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 한다.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2위,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1위 정도이나 원화의 국제화 정도는 대단히 낮은 실정이다.
둘째는 금융규제 및 정책 요건인데 국내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발달되어 있어야 하며, 자유로운 자본이동 및 금융거래가 보장되어야 하며, 세금 및 금융규제상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외환거래에 대한 사전규제를 2단계에 걸쳐 완전 폐지할 계획으로 있는데 1단계는 1999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어 기업 및 금융기관의 대외영업활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있으며 2단계는 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있는데 국제범죄, 도박 등과 관련된 거래만 제한할 뿐 개인의 자본거래를 포함한 모든 외환거래가 자유화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나라는 금융규제 및 정책 요건은 현재로서는 부족하나 2001년까지는 상당부분 갖추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근지역에 거대한 지역경제권이 있어야 하며, 주변에 자금수출국이 있어 외화조달이 용이해야 하며, 기존의 주요 국제금융센터와 시차면에서 동일한 거래가 가능해야 하며, 쾌적한 기후와 관광지로서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국제적인 관광지로써 동경 국제금융센터와 동일한 시간대에 있고 외화의 조달이 용이하며 인근지역에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경제권이 있어 지리적인 요건은 비교적 좋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금융인력 및 하부구조 요건인데 상업은행, 증권회사 등 세계적인 금융중계기관의 본·지점망이 다수 개설되어 있고 금융거래에 익숙한 금융전문인력과 회계사, 법률가 등 전문지원인력이 풍부하여 국제금융업무의 원활한 수행이 가능해야 하며, 항공·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이 발달되어 있고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설비가 고도로 발달되어 전세계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교통·통신 등 제주도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나 금융전문가, 법률가, 회계사 등이 부족하고 금융관련 하부구조 역시 현재로서는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다섯째는 정치, 사회, 문화적 요건인데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며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영어문화권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언어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 있다
이러한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제주도는 지리적인 이점 외에는 현재로서는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2)국제금융센터의 종류
국제금융센터는 주로 제공되는 금융기능 및 금융업무의 다양화 정도에 따라 종합금융센터, 역외금융센터, 역외기장센터, 특화금융센터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분류에 따라 각 센터의 현황을 개관해 봄으로써 제주도에 어떤 종류의 국제금융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 한 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①종합금융센터
국내자본시장과의 통합정도가 강하고 제공되는 금융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한 종합금융센터는 모든 종류의 금융중개기능을 수행하는 국제금융시장으로 상대적으로 거대한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에서 자국통화의 국제통용력과 고도로 발달된 국내금융시장을 바탕으로 국제자본의 거래를 위하여 자생적으로 형성된 국제금융활동의 중심지로써 런던, 뉴욕, 동경의 국제금융센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금융센터로서 1950년대 이후 유로자금시장의 생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되어 현재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금융시장이다. 런던 국제금융센터의 발전요인으로는 금융시장의 규제완화에 따라 유럽국가들의 금융활동을 흡수한 것과 오전에는 동경과 오후에는 뉴욕과 영업시간대가 중복됨에 따라 전세계금융시장과 동시에 거래할 수 있다는 지리적인 장점을 들 수 있다.
뉴욕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면서 고도로 발달된 국내금융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2위의 국제금융센터로 성장하였다. 뉴욕 국제금융센터가 발전하게 된 요인은 미달러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key currency)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고 국제금융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처하여 신종금융상품과 금융기법의 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동경은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개방화와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 이후 국제금융센터로 발전하여 현재는 세계 3위의 국제금융센터로 성장하였다.
②역외금융센터
국내자본시장과의 통합정도는 약하지만 제공되는 금융서비스의 종류는 비교적 다양한 역외금융센터(offshore banking center)는 은행업무에 대한 규제 및 조세 등을 폐지함으로써 국제금융업무를 의도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설정한 지역으로 비거주자간에 다른 나라 통화로 표시된 예금 거래를 주로 취급하며 싱가포르, 홍콩, 바레인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싱가포르는 1968년 ACU(Asian Currency Unit)라는 역외금융계정을 설치한 이래 정치적 안정,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발달, 풍부한 전문인력 및 지리적으로 근접한 아시아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 등을 배경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역외금융센터로 발전하였다. 싱가포르는 경제규모가 작고 재정적자가 없어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대신 은행간 자금대차시장 및 외환시장이 발달하여 역외금융센터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홍콩은 1970년대부터 역외금융시장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여 중국, 대만 및 일본과 근접한 지리적 장점, 각종 세금의 면제, 외환 및 자본거래의 자유화, 지급결제제도의 발달 등으로 급속하게 성장해 왔으며 특히 유로 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 및 주식거래가 활발하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됨에 따라 홍콩의 역외금융시장은 앞으로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인접하여 오일 달러의 수집센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역외금융센터로 발전하였다.
③역외기장센터
국내자본시장과의 통합정도가 극히 약하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도 단순한 역외기장센터(offshore booking center)는 은행의 예대출업무 기록 및 보관, 투자회사의 증권매매 기록 및 보관 등과 같이 실질적인 자본유출입 없이 기장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카리브해 연안의 케이만군도, 안틸레즈, 바하마, 버뮤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케이만군도는 국제채권의 기장업무에 특화되어 있고, 바하마는 헤지펀드의 등록에 유리하다. 이들 지역이 역외기장센터로 발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규모 투자자들과 비슷한 시간대와 법률제도 그리고 동일한 언어를 가졌기 때문이다.
④특화금융센터
특화금융센터는 국내 자본시장과의 통합정도가 강하고 제공되는 금융서비스와 수행되는 금융기능이 특정 금융부문에 특화된 국제금융센터로 룩셈부르크와 바르셀로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룩셈부르크는 주변국가인 독일, 프랑스보다 유리한 조세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뮤추얼펀드의 운용 및 유로본드 상장에 주로 특화되어 있으며 바르셀로나는 선물거래가 발달되어 있다.
(3)제주도 국제금융센터 설립에 대한 평가
제주도에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자는 구상에 대한 80년대 및 90년대 기존 연구들의 타당성 검토에 따르면 대부분 당시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21세기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지금은 국제금융센터의 설립을 고려해 볼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가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개방화, 국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고 현재 진행중인 외환거래자유가 2000년말까지 완료되고 우리 경제가 IMF체제를 완전히 벗어나면 원화의 국제화가 가속화되어 우리 나라 주식, 채권 및 외환을 대상으로 하는 원화표시 국제금융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홍콩의 중국반환으로 장기적으로 홍콩의 지위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홍콩을 보완할 새로운 국제금융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상해를 홍콩을 대체 내지는 보완할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중이며 대만도 타이페이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중이다. 우리 나라가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여건을 갖추지 못하여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는 주변 경쟁국가들에게 국제금융거래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그러면 어떠한 형태의 국제금융센터를 제주도에 성립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정성적인 분석(Qualitative Analysis)과 정량적인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을 동시에 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정성적인 면에서 국제금융센터의 설립 타당성을 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①역외기장센터
역외기장센터는 법인세, 개인소득세를 전혀 물리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며 회사설립 및 외국환업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지역이므로 조세피난처(tax heaven)라고도 불린다. 현재 은행 및 보험관련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금을 빼돌리고 탈세를 하거나 범죄조직들이 자금을 세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에 대한 규제론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에서 역외기장센터의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②역외금융센터
최근 세계적으로 결제시스템의 효율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역외금융센터의 역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또한 지역내 선발 역외금융센터인 동경,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하여 우리 나라가 후발참여자로서의 상대적인 강점을 가진 것이 별로 없어 역외금융센터의 설립 역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③특화금융센터
제주도는 동경 국제금융센터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뮤추얼펀드나 엔화표시 채권의 운용에 특화하여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특화금융센터의 설립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 현재 국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으므로 특화금융센터의 설립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④종합금융센터
현재 우리 나라는 종합금융센터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나 우리 나라의 경제규모가 일본이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70년대 중반과 비슷한 수준임을 고려해 볼 때 원화의 국제화가 필수적이며 원화의 국제화가 진전되면 주식 및 채권 등 원화표시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금융거래가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종합금융센터의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결론적으로 우리 나라의 국제금융센터 설립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1단계에서는 특화금융센터를 설립하여 육성하며 2단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종합금융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취급되는 금융업무의 범위가 넓을수록, 국내자본시장과의 통합정도가 강할수록 국제금융센터가 자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단계별 추진전략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4.'기회의 세기'를 꿈꾸며
새 천년을 앞두고 국제화, 개방화의 흐름 속에서 세계경제질서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인근 국가 및 도시들은 21세기에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하여 지금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금 21세기에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에서 주연을 하느냐 아니면 엑스트라로 남느냐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제주도가 아무리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제주도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지금까지 국제자유도시와 관련하여 국제물류단지 및 국제금융센터의 설립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현재 제주도의 여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되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을 찾는데 있어 어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그것을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라고 한 블라인더(Blinder) 교수의 말처럼 21세기 제주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지혜를 모으면 새 천년은 우리에게 '기회의 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종류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세계속의 제주'로 도약하는 미래이며 둘째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상유지에 자족하는 미래이며 셋째는 문제의식조차 가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Atlantis)처럼 21세기인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미래이다. 어떠한 미래를 우리가 맞이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