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과 우리 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은 개방화 및 자율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 천년을 목전에 두고 정보화와 지방화의 환경변화는 더욱 진전되고 있다. 또한 금융환경도 급변하여 세계 각국은 금융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진행해 왔다. 1986년 영국의 대처정권은 '빅뱅(Big Bang)'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추진하였고 미국도 '미국판 빅뱅'으로 금융개혁에 성공하였으며 일본도 '일본판 빅뱅'을 199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1980년대 들어 우리 나라도 금융재편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었으나 추진되지 못하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날로 하락하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하고 있는 국제경쟁력에 따르면 우리 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46개국 중에서 4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1997년 1월 금융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업종간 진입장벽 해제와 규제완화를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빅뱅'을 추진하였으나 이해당사자들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제1차 빅뱅'을 단행하였다.
정부는 강도 높은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하여 5개 은행이 퇴출되었고 1998년 1년 동안 41개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이 퇴출되었다. 더구나 퇴출된 5개 은행 중 지방은행이 4개나 되고, 퇴출된 16개 종금사 중 지방종금사가 12개나 되며, 구조조정 대상이 된 2개 투자신탁회사가 모두 지방 투자신탁회사이며 퇴출된 4개 생명보험회사 중 지방 생명보험회사가 3개나 되는 등 지역금융기관들이 무더기로 퇴출되었다. 제주지역도 한 개의 지방은행이 경영개선권고를 받았고 두 개의 지역 신용금고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금융구조조정의 안전지대는 될 수 없었다. 한편, IMF 관리체제 이후 금융기관의 여수신 패턴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1998년 1년 동안 수신은 급등하고 여신은 크게 감소하였으며, 서울지역의 수신은 급등하고 지방의 수신은 크게 감소하였고, 예금은행의 수신은 급등하고 비통화금융기관의 수신은 크게 감소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역금융기관의 퇴출과 지역금융의 상대적 위축으로 인해 지역의 실물경제가 위축되었으며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가계 등 지역의 서민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상호신용금고·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금융구조조정과 은행·증권·보험 분야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재편 등 '제2차 빅뱅'이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금융기관의 수가 많아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진행시킬 수 없었던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부실현황 파악이 현재 진행 중이어서 경영실사에 따른 인허가 취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강제적인 구조조정과 병행하여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은행권 역시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인데 현재 16개인 은행이 10-12개 정도로 감소하고 선도은행, 2선 은행, 지방은행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은 대형증권사와 전문증권사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2차 빅뱅'과 함께 '예금자보호법' 규정에 따라 예금자에 대한 원금보장이 축소되는 2001년 이후에는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어 지역금융기관의 미래는 지금보다도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개방화, 자율화, 정보화, 지방화라는 큰 도전 속에서 지역경제의 혈관인 지역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금융기관들이 어떻게 응전해야 지역경제발전에 대한 공헌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생존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국경 없는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개방화라는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외국의 투기자본들이 국내로 밀려오면서 증대되고 있는 시장리스크·신용리스크·유동성리스크 등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전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전문화된 인력, 국제자유도시의 추진으로 국제금융센터가 제주도에 설립될 경우 국제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독자적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금융기관이나 외국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하거나 아웃소싱(outsourcing)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정보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점을 근거로 한 시스템에서 전자결제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전자은행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위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점을 이용할 경우 1.07달러이지만 PC나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각각 0.21달러와 0.01달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전자은행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지역기반이 취약한 금융기관들이 전자은행을 통해 지역고객을 공략해 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역금융기관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자율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경영을 선진화해야 한다. 자본적정성·유동성·수익성·자산건전성·재무위험성 등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열린경영, 도덕성·책임감·수익성을 추구하는 가치경영 등 경영에 있어서 혁신을 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화에 대응하여 지역경제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지역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외국 금융기관이나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지역 내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자금을 공급해 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나라의 금융제도가 간접금융을 하는 은행중심에서 직접금융을 담당하는 시장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지방은행들의 주거래고객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될 것이므로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개인고객과의 관계도 새로이 설정해야 하는데 이제는 고객중심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대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우량 고객에게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