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민주적인 장치인 대의정치가 현실적으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운영의 묘미만 잘 살리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내에는 학생들로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고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책임을 위임받은 자치기구들이 많이 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유회(流會)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학부제 실시와 취업나이 그 원인이기는 하지만 개인주의적 성향과 정치적 냉소주의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참여정치가 실종되어가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치기구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학은 이론과 원칙을 실습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 현실과 타협할망정(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학에서는 이론과 원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대표하는 대의자(代意者)들이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여 학생 자치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학생 자치기구의 위원들은 학생들의 대리인이며 대리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의뢰인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성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기업경영, 행정 등 많은 분야에서 의뢰인에게 충실하지 못한 대리인의 행동인 소위 도덕적 해이로 인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연임이 가능한 경우 임기가 다하면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리인을 바꿀 수 있지만 일년 단임인 학생 자치기구의 위원인 경우 바꿀 수 없는 것이 의뢰인의 고민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시절의 좋은 경험들은 사회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데 필요한 밑거름임을 기억하고 의뢰인을 잘 섬겨 의뢰인을 만족시키는 대리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참여가 활성화될수록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생 자치기구의 위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닌 의뢰인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안건의 내용을 본인이 완전히 숙지하여 학생들에게 설명한 후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치기구의 회의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참석하여 수렴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회의에서 결정된 과실만을 얻으려는 무임승차 의식은 버려야 하며 불가피하게 회의에 불참하였을 경우에는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다양한 방법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위원들을 독려하여 면대면(面對面)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시간을 다투는 의사결정의 경우 온라인 회의를 통한다거나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 서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참여정치를 확산시키고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보조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을 대표하는 대의자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mission)를 열정(passion)을 가지고 추진하여 학생들에게 비전(vision)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