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학문의 길을 가야되겠다고 결심을 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고 나의 전공분야는 경제학 중에서 거시계량이다. 내가 경제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은 분배문제를 공부해 보고자 하는 뜨거운 가슴 때문이었고 경제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거시계량을 전공으로 택하게 된 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교우위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 때 경제원론을 배우면서 경제학의 현실설명력에 큰 매력을 느꼈으나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상이한 이론들로 혼돈을 겪기도 하였다. 그래서 경제이론이 어느 정도 현실의 문제를 설명하는 지를 검증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경제학방법론에 해당되는 과목들인 통계학과 계량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미국 유학시절에도 나는 통계학과와 경제학과를 오가며 통계학의 여러 과목과 경제학 중에서는 거시경제학 및 계량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Robert Lucas 교수의 "고립된 경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논문 주제를 정하고 경제변동분야의 [경기순환의 부문적 분석: 총체적 충격과 부문충격의 역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논문은 경제를 여러 부문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각 부문간의 교역을 통한 연결고리가 경기순환을 가져오는 지 아니면 외생적 충격이 경기순환을 가져오는 지를 다부문모형을 통해 밝히고 그 중요성을 측정하였다.
1993년 제주대학교에 오면서 나의 연구는 크게 세 방향으로 지속되었다. 첫째는 나의 논문에서 사용하였던 분석의 틀을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는 일이었는데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나의 논문에서 사용하였던 산업분석의 틀을 개방경제로 확대시켰는데 세계경제의 각 부문을 국가와 산업으로 나누어 국가별-산업별 경기변동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아시아 경기변동의 원인과 전파과정에 적용시켜 본 결과 상당히 시사점이 있는 연구결과를 얻어 발표하였다. 또한 지역별-산업별 경기변동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자료미비로 인해 구체적인 분석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분석의 틀을 더욱 세분화시키고 확장시키는 일이었다. 분석의 틀을 더욱 세밀하게 만들어 충격의 원인을 밝히고 지금까지 사용하던 정태적 인자모형을 동태적 인자모형으로 바꾸어 두 모형의 결과를 비교하는 것인데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셋째는 나의 연구범위를 확장시키는 일이었다. 먼저 충격의 장기지속성을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일부문모형을 이용한 충격의 장기지속성 측정은 연구결과를 얻어 이미 발표하였고 다부문모형을 이용한 충격의 장기지속성 측정은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역의 경제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경기종합지수를 개발하는 과제는 앞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있다. 연구범위를 확장시켜 가면서 학문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경제학자로서 학문에 대해서 내가 견지하고 있는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균형감각이다. 경제학은 연구자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된 규범경제학과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분석하는 실증경제학이 있다. Alfred Marshall이 경제학도들이 갖추어야 할 요소로 강조한 것 중 냉철한 머리(cool head)는 객관적인 분석력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학의 실증적인 면을, 따뜻한 가슴(warm heart)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가치관이 내포된 경제학의 규범적인 면을 의미한다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쪽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학자로서의 자존심이다. 경제학자가 현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현실의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출세를 위하여 '진리를 굽혀서 세상에 영합하는(曲學阿世)'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경제이론과 실증이 배제된 정책, 정치논리가 우선되는 정책들은 경제학을 음울한 학문(dismal science)으로 만들뿐이다. 셋째는 열린 연구이다. 어떤 사람의 연구를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이 똑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여 같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부 저널들은 연구에 사용된 자료와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많은 논문들이 우리 주위에 공개되고 있다. 나도 열린 연구에 대한 신념으로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의 논문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