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춘
흔히들 균형잡힌 몸을 가진 8등신 미인을 최고의 미인이라고 한다. 나는 몸매에는 자신이 없어 이 대목에만 가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 그러나 크리스쳔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균형 있는 몸매가 아니요 균형 있는 신앙생활이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균형있는 신앙생활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균형이란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흑백논리에 길들여 왔는데 이러한 이원적 사고(二元的 思考)가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성경은 일 점 일 획도 바뀔 수 하나님의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을 극단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교단이 나뉘어 지고 교파가 생기며 교회가 분열되기도 한다.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은 마치 거울을 보듯이 희미하기 때문에(고전 13:12) 신앙생활의 모습도 여러 가지 모양을 띌 수밖에 없고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구원과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면 칼로 물 베듯이 신앙생활을 양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생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믿음과 행함에 있어서의 균형이다. 이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많은 주제 중의 하나이다. 믿음(=순종)의 당연한 귀결인 행함을 무시하고 믿음만을 강조하게 되면 성도들은 변화되는 삶을 경험하기가 힘이 든다. [오대양집단변사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세칭 [구원파]의 이단성도 믿음을 통한 완전한 구원만을 강조한데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믿음으로 완전한 구원을 이미 받았으므로 그 이후에 거짓말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일은 천국을 가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믿음을 무시하고 행함만을 강조하게 되면 구원을 받기 위해 행위를 강조하게 되고 구원을 받는데 인간의 노력을 요구하게 되므로 이는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로써 주어진다는 사실(엡 2:8)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게 만들거나 율법주의로 흐르게 된다. 바리새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였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그들만이 의롭다는 교만과 불법이 가득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율법을 지키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바리새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율법을 지킬 것을 말씀하시고 있다(마 4:20). 겉으로 보기에 율법적인 것같은 행함들은 오히려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믿음의 결과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고보가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듯이(약 2:14-26) 믿음과 행함 그 어느 것 하나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아브라함과 같은 믿음과 바리새인들보다도 더 철저한 행함의 균형 있는 신앙생활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둘째, 보수신앙와 진보신앙의 균형이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여러 가지로 정의가 되겠지만 보수신앙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우리가 구원을 받았으며 구원을 받음에 있어 우리 인간이 공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 진보신앙(또는 자유주의신앙)은 물론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지만 우리 인간이 전적으로 타락한 것은 아니며 구원을 받음에 있어 우리 인간이 공헌한 부분이 조금은 있다고 믿는다. 예배의 형태에서도 다소 차이가 나는데 보수신앙은 예배를 드림에 있어 경건과 엄숙을 강조하는 정태적인 신앙으로 나타나는 반면에 진보신앙은 예배를 드릴 때 '할렐루야'와 '아멘'을 연발하는 동태적인 신앙으로 나타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극히 보수적인 신앙환경에서 성장하였다. 이곳 아이오아주립대로 유학와서 반석장로교회를 통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던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처음에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새벽예배를 드리고 난 후 방언기도를 하는 성도 때문에 그 성도가 무슨 소리로 기도를 하나 듣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던 일, 방언을 가르쳐 주겠다고 여신도들을 모아 놓고 방언을 훈련시키 일, 부흥집회때 동태적인 신앙을 강조한 어느 목사님께서 신자들을 억지로 손을 들게 만들고 '할렐루야'를 따라하게 한 일 등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억지찬양을 기쁘시게 받으시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예배를 드리면서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할렐루야'와 '아멘'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진보신앙를 자처하는 목사님이 성도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주일예배 후 낚시를 즐기거나 테니스를 즐기는 등 주일을 성수하지 못하는 일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한 행동은 자유스럽고 융통성이 있는 행동 같지만 믿음이 연약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실족케 하여 믿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보수신앙만을 강조하다 보면 성도간에 교제가 부족하여 사랑의 나눔이 부족하게 되고, 교회간에 교제가 부족하여 다른 교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알기 어렵다. 우리는 진리의 문제가 아닌 한 다른 이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훌륭한 하나님의 사역들을 듣고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셋째, 혜택과 비용에 대한 이해의 균형이다. 모든 일은 혜택(benefit)이 있으면 그에 따른 비용(cost)도 있기 마련이다. 원자로를 예로 들면 원자로는 에너지원으로 우리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잘못 관리하게 되면 체르노빌원전에서 경험하였듯이 수많은 인명을 죽이는 살상무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예수를 믿으면 받게되는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 우리의 영혼이 구원을 얻음은 물론이요 이 땅에서도 만사형통이요 축복을 받는다. 한국교회에서 말씀을 선포하거나 성경공부를 할 때 예수를 믿게 되면 받는 혜택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예수를 믿기 위해서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엄청나다는 것을 목회자들은 가르치고 성도들은 알아야 한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서는 혈연관계나 우리의 목숨까지도 주를 위해 버릴 수 있어야 하고(마 10:37) 우리의 모든 소유를 주를 위해 바칠 수 있어야 한다(눅14:33). 예수를 믿으면 받게되는 혜택만을 듣다보니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도 없이 공짜로 복을 받겠다는 기복신앙만으로 교회에 나왔다가 곧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실망을 하여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목도한다.
넷째, 말씀묵상과 봉사의 균형이다. 경제학적으로 균형이란 주입되는 양과 누출되는 양이 같은 것을 말하는데 불균형이 되면 경제가 불안정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섭취된 열량이 소비된 열량보다 많으면 살이 찌고 그 반대가 되면 살이 빠지게 되어 보기가 좋지 않듯이 신앙생활도 말씀을 통해 섭취한 양(묵상)만큼 봉사를 통해 소비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열심히 다녀 많은 말씀을 섭취하였으나 봉사를 통해 소비가 되지 않으면 균형을 잃게되어 신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고, 말씀을 섭취한 양에 비해 과잉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소비하면 영양실조에 걸려 더 이상 교회일을 하기 싫은 기진맥진(burning out)의 상태로 가게 된다. 말씀묵상이 교회봉사의 기초와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기로 교회에 봉사하다 보면 반드시 사람에게 실망하게 마련이다.
초대교회가 이방인 성도들의 할례문제와 우상의 제물문제로 교회분열의 위기를 맞이하였을 때 예루살렘총회를 주재하여 선한 판결을 내렸던 야고보의 균형감각(행 15:1-22)을 본받아 우리도 균형있는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