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起 春
방학을 맞아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있어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과제를 하나 해결하였습니다.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찍었던 사진 뒤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았습니다.
有始者必有終(유시자필유종)
有志者事見成(유지자사견성)
"일을 시작한 자가 반드시 마무리를 하고, 뜻을 세운 자가 일을 이루어야 한다"라는 의미인데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수가 되기로 뜻을 세워 93년에 그 뜻을 이루었고 대학진학 때에는 분배문제를 공부해 보고자 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경제학과를 선택하였고 그 후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여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게 다시 사회과학분야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주저 없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경제학이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현상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social science)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그 영역을 넓혀 가면서 발전하는 도전적인 학문(challenging science)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경영학에 인기를 빼앗겼던 경제학이 다시 가장 인기 있는 전공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소식은 한국에서도 향후 경제학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것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경제학도가 된 우리의 선택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어렵고 너무 이론에 치우쳐 현실세계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음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고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비판하였지만 이는 경제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경제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현실 설명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지만 이론적인 배경이 없는 현실 설명력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극대화 원리, 합리성 원리, 기회비용의 원리, 균형의 원리, 효율성의 원리, 경쟁의 원리, 한계수입 및 한계비용의 원리, 비교우위의 원리에 그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으며, 정태분석 및 동태분석, 부분균형분석 및 일반균형분석, 수요-공급의 분석도구, IS-LM의 분석도구 등을 이용하여 현실을 설명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음울한 학문이 아니라 논리적 일관성과 현실 설명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균형 잡힌 학문(balanced science)임을 우리는 자랑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사귀고 나면 금방 싫증나는 사람보다는 사귀면 사귈수록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사람이 더 매력적입니다. 저는 아직 경제학을 배워 가는 과정에 있지만 경제학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참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학문(charming science)임을 때때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이며, 도전적이며, 매력적이며, 균형 잡힌 학문인 경제학을 선택한 우리 경제학도는 경제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자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저는 경제학도의 반열에 들어서서 꿋꿋하게 학문의 길에 정진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또한 사랑합니다. 이번에 발행하는 경제학보도 이전에 발행되었던 학보들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을 사랑하는 경제학도들의 노력이 뭉쳐진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에 참여한 학생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저의 책장에 이전에 발행되었던 경제학보들이 잘 보관되어 있는 것처럼 이 학보가 여러분의 책장에서 오랫동안 보관되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