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한국경제

   국가발전전략이면서 제주발전의 그랜드 디자인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가 2002년 4월 출범하여 4년 3개월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정부는 제주도에 차별화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제주도가 분권실험의 대상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미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G10 in Y10 즉, 향후 10년(Y10)이 한국경제가 선진 10개국(G10)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가 세계의 국제자유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제주지역의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3%(2004년 기준) 밖에 되지 않고, 생산, 고용, 금융, 재정, 대외거래 등 지역경제의 양적인 규모를 측정한 총량경제력은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인 0.8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제주경제의 규모가 커짐으로써 한국경제의 양적 성장에 영향을 주는 소위 집산효과(collective effect)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농업과 관광 중심의 경제구조와 지리적으로 고립된 경제의 특성 상 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linkage effect)도 작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주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이 제주의 경제발전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 하더라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은 한국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국가 이미지(image)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 ‘88올림픽’, ‘대~한민국’ 등의 긍정적 이미지도 가지고 있지만 ‘한국전쟁’, ‘분단국가’, ‘부패한 정치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최근 한류를 통해 문화 분야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가고 있듯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추구하고 있는 ‘동북아 관광․휴양 중심도시’와 ‘평화의 섬’은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관광과 평화를 대표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경제정책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대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경제정책의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정부는 세수감소와 본토 기업의 제주 이전을 통한 국내경제 교란을 우려하고 있지만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법인세 인하의 효과를 제주지역을 통해 추적해 보고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가세 및 특소세를 환급해 주는 사후 면세제도나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규제완화 등은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셋째는 국가발전의 지렛대(leverage)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은 국민소득 2만 불 또는 3만 불 달성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듯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등이 분업과 협업을 잘 한다면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형평성 논리가 아닌 차별화 전략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으니 성과관리협약에 따른 철저한 성과평가를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姜起春 (감사원 평가연구원 사회․행정평가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