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州大 經濟學科 姜起春
해방 이후 우리 나라는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 55번의 각종 선거를 치렀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1번씩 선거를 치른 셈이니 선거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생활의 중요한 부분인 경제와도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 동시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대통령선거 등 많은 선거가 있어 이 시점에서 선거와 경제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정치와 경제는 분리된 것으로 생각해 왔으나 뷰캐년(Buchanan)을 중심으로 한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이 정치 역시 경제학적 도구로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 이후 선거는 경제학자들의 관심대상으로 등장하였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모든 사람들은 매일 투표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경제학의 기본문제는 선택의 문제인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품과 서비스 중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에게 투표하는 것과 같다. 표를 많이 얻은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그 명성을 유지하며 오래 지속되지만 표를 얻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 역시 유권자들이 표출하는 공공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선거와 경제의 관계를 살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경제학 방법론의 두 축인 미시적 분석과 거시적 분석에 근거하여 선거의 미시경제적 및 거시경제적 분석을 시도해 본다. 미시적 분석이란 경제주체들의 행태를 관찰하는 접근방법이므로 선거로 인한 사회적 혜택(benefits)과 비용(costs)을 비교해 보는 것이 선거의 미시경제적 분석이 될 것이며 거시적 분석이란 경제 각 부문 또는 거시경제변수들의 상호관련성을 밝히는 접근방법이므로 선거가 경제의 각 부문 또는 거시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선거의 거시경제적 분석이 될 것이다.
먼저, 선거의 미시경제적 분석에서 선거로 인한 사회적 혜택에 대해서는 두 개의 학파가 상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학파는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즉, 시장경제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할 경우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치가나 행정관료들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이 정치가들의 이기심과 공공의 이익을 적절히 중재해 주므로 선거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뷰캐년을 중심으로 한 공공선택학파는 정치가와 정부관료 등 정치적 비즈니스맨 역시 권력의 극대화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동물로 보고, 이들이 노조, 협회, 기업 등 이익집단들의 치열한 로비나 정치적 압력을 받아 가면서까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선거를 통하여 정치적 비즈니스맨을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 이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선거의 미시경제적 분석에서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에는 명시적 비용과 잠재적 비용이 있다. 먼저 돈으로 직접 계산해 낼 수 있는 명시적(회계적) 비용을 필자가 계산해 보니 올해 있을 전국 동시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최소한 1조 5천억원의 선거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시적 비용 외에도 직접 산출하기가 어려운 잠재적 비용으로 기회비용이 있다. 기회비용이란 각종 선거에 투입된 자금 또는 시간이 다른 용도에 쓰였을 경우 유발시킬 수 있는 최대효과를 말하는데 올 해 있을 두 번의 선거공휴일로 인한 기회비용은 3,12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유권자가 적합한 후보자를 찾거나 후보자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투자하는 탐색비용, 국회의원의 활동을 감시하는 감시비용,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은 비용과 선거기간 이전에 지출한 비용, 전국구의원의 헌납액, 기업으로부터 조성한 정치인의 비자금 등 음성비용이 있으며 그 규모는 굉장히 클 것으로 추측되나 추정하기가 어렵다.
한편, 선거의 거시경제적 분석은 선거가 경제의 여러 부문 즉, 화폐시장, 금융시장, 노동시장, 실물시장 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를 살펴보는 것인데 이들 시장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선거가 특정 부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여러 부문에 영향을 주며 그 영향도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선거의 거시경제적 분석에서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선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는 국내경제의 여러 부문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이고 분산적이다. 지방선거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분적이며 일시적인 반면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며 집중적이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올바른 대통령을 선출하여 그 대통령이 국부를 증대시켰을 경우 국부의 일부만이 해당 지역에 돌아가겠지만 지역주민이 올바른 자치단체장을 선출하여 그 자치단체장이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켰을 경우 그 혜택은 전적으로 그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먼저, 선거가 각 시장 및 거시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도식화시켜 보면 다음의 그림과 같다. 선거기간 중에는 현금통화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금리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며 유동성이 소비부문으로 흘러 소비는 증가한다. 또한 선거에 따른 운동원 차출 및 조업감소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고용과 생산이 감소하고 선거자금으로 생산자금에 압박을 받아 투자가 감소한다.
이러한 논리적 추리가 우리 나라의 경우 어느 정도 성립하는 지를 분기별 자료를 이용하여 대선을 중심으로 살펴보니 14대 대선의 경우 선거기간중에 현금통화증가율이 확대되었고, 회사채수익률로 측정한 금리는 하락하였으며, 산업생산은 증가율이 하락하였고, 실업률은 미미하나마 상승하였고, 물가는 선거로 인한 인플레이션기대심리로 선거전에 미리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거와 거시경제변수들간의 논리적 추리를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15대 대선의 경우 외환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충격으로 선거와 거시경제변수들간의 상관관계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지방선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이 경우 지방선거와 지역의 거시경제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펴보면 된다. 한편, 여기서는 지방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경제에 전념하지 않았을 경우 지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를 살펴보았다. 1998년 실시되었던 제2대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6명의 시도지사 가운데 현재까지 5명이 구속되었거나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역별로 물가상승률, 실업률, 부도율, 산업생산증가율 등 4가지 지표로 작성된 지역별 경제적 고통지수가 있는데 제2대 지방선거 이후인 1999년과 2001년의 지역별 경제적 고통지수를 비교해 보니 자치단체장이 구속되었거나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5개 지역 중 4개 지역의 경제적 고통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지방선거가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예시해 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선거와 경제는 양분된 것이 아니고 상호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55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였으며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한 현재 세계 13위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가 2020년에는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올 해 있을 선거들이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선시키는 성공적인 선거가 되어 우리 나라가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가 가져오는 경제적 혜택이 선거로 인한 경제적 비용보다 커질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