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起春
학부제 또는 학과군제 실시로 대학은 지금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로 인해 소위 비인기학과들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러운데 경제학과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다고들 한다. 많은 대학에서 신입들을 대상으로 장래의 희망학과를 조사해 보니 경제학과가 경상계열학과들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 슬픈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경제학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학문의 비교열위 때문이 아니고 학습수요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무사안일추세(easy-going trend) 때문이기에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과정을 조리법(recipe)을 배우는 것에 비유한다.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먼저 학습을 통해 조리법을 배우고 그 다음에는 그 조리법을 더 발전시켜 새로운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특색 있는 요리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그 요리사는 성공할 수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은 기존의 분석도구(framework)나 패러다임을 배워 그것으로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설명해 보는 것이다. 학부에서는 이 과정만 철저하게 공부해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서 기존의 분석도구나 패러다임의 현실설명력이 떨어질 때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현실설명력을 높이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은 대학원에서 주로 배우게 된다.
경제이론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내적일관성(internal consistency)과 외적일관성(external consistency)이 있다. 내적일관성이란 모형에서 도출된 결론이 최초의 가정과 모순되지 않는 경제학의 과학적인 면을 말하며, 외적일관성이란 모형에서 도출된 결론이 현실경제와 일치하는 경제학의 현실설명력을 말한다.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모든 학파들이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실설명력에 따라서 경제학파들이 부침을 거듭해 왔다고 볼 수 있다. 192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주도를 해 왔으나 대공황 이후 케인즈학파가 주도권을 잡았다. 1970년대 들어 원유파동을 겪으면서 케인즈학파는 퇴조하고 합리적기대가설학파가 전면으로 부상하여 1980년대를 풍미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로 인해 새로운 경제이론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이렇듯 동태적으로 변화하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사회의 전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 가고 있는 경제학은 우리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에 대한 철저한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인데 경제학이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그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경제학이 새밀레니엄을 살아갈 우리들에게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경제학과가 최고 인기학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미국을 따라 가는 우리 나라를 생각해 볼 때 새천년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경제학과가 다시 인기학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새로운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가 21세기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