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경제학과 姜 起 春
1.문제제기
작년 11월 세계 8위의 무역국인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신청한 지 15년만에 그 꿈을 이루었다. 1950년 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맹국을 탈퇴하면서 회원국 자격을 상실하였던 중국이 1986년부터 회원국으로의 복귀를 추진하였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작년 6월 미국과의 양자간 협상이 타결되고 11월 WTO 각료회의에서 가입이 승인됨으로써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1970년대말 경제특구를 지정한 것이 중국의 제1차 개혁·개방이라면 WTO 가입은 제2차 개혁·개방이라고 할만큼 중국의 장래를 결정할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의 경제전문기관들도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개혁·개방이 가속화되어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및 무역의 확대발전과 국제무역질서의 안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이 중국경제, 한국경제 및 제주의 지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 지를 먼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출범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데 기반이 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중국경제에 미칠 영향
중국이 제1차 개방·개혁의 일환으로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한 이후 지난 20년간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국내총생산 규모는 18배, 1인당 국민소득은 14배로 증가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제2차 개혁·개방이 가져올 경제적 성과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먼저 WTO 가입이 향후 중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 지를 정성적인 면을 살펴보자. 단기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실업의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불안의 증대를 들 수 있다. 선진경영기법을 갖춘 외국 기업들의 중국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중국내 한계기업들의 퇴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실업자들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관세율 인하로 외국 고가제품들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적 위상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개방의 가속화로 무역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며, 외국인투자 자유화로 외국인투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산업구조 개편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어 성장잠재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을 정량화시켜 살펴보면 중국의 무역규모는 2000년 4,743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실행액 기준으로 2000년 408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쟁력 강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확대로 중국경제는 국내총생산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5-0.6%포인트 높아져 향후 20년간 연평균 7-8%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 경제에 위협과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시장에의 접근성이 용이해 짐으로써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쟁력 변화가 우리 경제에는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시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득이 될 수 있겠으나 미시적·부분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단기적·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의 무역자유화 확대로 우리 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교역대상국이며 한국은 일본, 미국, 홍콩에 이어 중국의 4번째 교역대상국일 정도로 1992년 양국간 수교이후 교역규모는 빠른 속도로 증가되어 왔다. 한국의 대중 무역액 규모는 2000년 312억 달러로 우리 나라 전체 무역액의 9.4%를 차지하였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 평균 15.3%에 달하고 있는 관세율을 5-6%포인트 인하할 계획으로 있어 우리 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측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중국 수출액의 7-10%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000년 184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450-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수교이후 중국과의 무역에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흑자를 보여 왔는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경쟁관계가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에서는 섬유, 의류, 신발, 완구 등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의 저가 소비재와 저가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하여 이들 상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시장에서는 새로이 개방되는 첨단산업 분야나 서비스업종에서 세계 일류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산 제품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미국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6.1%와 3.3%였으나 중국산 제품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0년에는 8.2%를 기록하였고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0년에는 2.3%를 기록하였다. 미국시장에서 중국제품의 수출증가로 인해 한국제품의 수출이 감소해 온 것처럼 앞으로 가격경쟁력과 함께 품질경쟁력이 향상된 중국산 제품과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업별 영향을 살펴보면 우리 나라 산업의 경쟁력 정도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에 비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포함한 중국의 저가 농산물과 천연섬유 등의 국내수입이 급증할 것이며 이미 가격쟁쟁력을 상실한 신발 및 완구 등은 해외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에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백색가전제품의 경우 이미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가전제품에서도 중국의 맹렬한 추격이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이 경쟁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선은 향후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에 비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석유화학, 철강 등은 중국의 관세율 인하로 중국에 대한 수출확대가 예상되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도 당분간은 우리가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제주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는 중국의 WTO 가입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제주지역의 경제는 과거 30년 동안 농업과 관광산업을 두 축으로 하여 높은 성장을 유지해 왔으며 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더라도 그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은 제주도의 주도산업인 농업과 관광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나 그 영향은 '혼합된 축복(mixed blessing)'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의 주요 농산물인 감귤, 감자, 당근, 마늘 등의 중국 생산량 규모가 제주지역 생산량의 수백배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이 국내로 수입될 경우 제주 농산물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5천만명에 달하고 있는 중국의 해외여행 가능인구가 소득증대로 인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이로 인해 제주의 관광산업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WTO 가입이 제주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시키고 긍정적인 영향은 최대화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 지를 정부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중앙정부는 지난 4월 1일자로 출범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 및 행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내 타 지역에서는 형평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분산시키려고 하지만 중앙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지정학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정부는 지역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지역경쟁력이란 한 지역의 경제주체가 가진 총체적 역량을 의미하는데 지역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지역경제력, 지자체 행정서비스, 지역금융 환경, 지역 과학기술 수준, 주민 삶의 질, 지역의 세계화, 지역의 기업 및 산업, 지역 하부구조, 지역 인적자본 형성, 지역사회 화합력 등이 있다. 제주의 지역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경쟁력의 결정요인에 따라 고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역경제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요소들을 제거하여 시장을 더욱 경쟁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야 하며, 지자체의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일괄행정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지역금융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도내저축증대와 함께 외국 금융기관들을 유치할 수 있는 각종 유인책들을 만들어야 하며, 지역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적자산이 축적되어야 하는데 특히, 제주도의 경우 해양생물 및 자생식물을 이용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어야 하며, 주민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복지 및 보건위생시설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며, 지역 기업 및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사업화가 필요하고, 지역의 하부구조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용과 제3섹터 방식의 개발이 필요하며, 지역 인적자본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재교육 및 평생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지역사회 화합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전시키고 이를 자원화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는 협력하여 지역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적자본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던 산업혁명과는 대조적으로 지적자본이 부가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지식기반경제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신산업 분야에서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신산업 분야로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NT(극미세 신소재) 등을 선택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정부는 제주지역을 해양생물·식물의 첨단기지로 육성하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생명공학기술이 1차 산업에 응용되어 생명공학의 산업화가 이루어질 경우 제주도의 제조업도 활로를 찾을 수 있고 1차 산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 역시 국제자유도시의 추진과 함께 비즈니스 관광과 컨벤션산업이 활성화되면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서의 영역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5.맺는말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하여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하부구조의 구축 및 재정적 지원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원을 배분할 때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효율성의 원칙이다. WTO의 출범으로 정부가 [농어촌 발전대책]을 통해 농어촌구조개선에 57조원을 투입하였고 IMF경제체제로 156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투입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자원을 배분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가 도덕적 해이이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한편,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업 및 가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가, 근로자, 농어민, 관광종사자 등 제주도민 모두가 제주도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 경제 및 제주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을 띈 '혼합된 축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 가입을 기회로 삼아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여 추락하는 용이 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준비와 대응능력에 달려 있다.